닉네임 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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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부위 face
후기제목 [성형수기]주걱턱 수술후기
드라마에 반전이 없으면 김빠진 콜라 같고 앙꼬 없는 찐빵 같은 것처럼, 인생에 역전이 없다면 무미건조한 인생살이지 않겠는가. 설혹 노 현정 같은 한국판 신데렐라의 인생 대역전이 아닐지라도, 나에게는 그에 못지않은 인생역전이 있었으니 바로 주걱턱 수술이다. 어려운 말로 양악 수술이니 그럴듯하게 포장은 해보지만 껍질 벗기면 우리 동지들이 늘 일상에서 그토록 벗어나고자 했던 주걱턱 콤플렉스이지 않은가.
사진 한 장 맘 놓고 찍지 못하고, 꼭 찍어야 할 상황이라면 각도며, 카메라와의 거리며, 미소의 크기며, 헤어스타일이며, 모든 것을 복잡하게 계산 한 후에야, 겨우 찍을 수 있었던 어려움들, 겨울이면 기관지가 나빠도 목폴라 한번 맘껏 입지 못했던 절망감, 해서 늘 잘 판매 되지도 않은 반폴라를 찾아 헤매던 서러움, 여름이면 시원스레 업스타일 한 번 제대로 못해보는 비애감, 그런 상처들을 나는 고스란히 팔자라는 이름으로 이십 수년을 견뎌야 했다. 학창시절 큰맘 먹고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시도했으나 출혈로 턱 끝만 시술하고는 십 수년간을 맘을 닫고 살았다. sour grape syndrome 이란 말처럼, 이루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을 꺼야만 하는 방법 밖에는 내가 취할 도리가 없었다. 이목구비가 수려하다느니 하는 감언이설 들 만을 편식하며 하루하루를 견뎌오고, 그러다보니 바쁜 인생살이에 지쳐 문득 문득 잊고 지냈었다. 하지만 가끔씩 철부지 제자들에게 놀림을 당하고, 카메라폰으로 수업하는 옆모습을 담아 싸이에 공유하는 철딱서니 없는 행위에는, 근엄하고 초연한 자세를 요구하는 교사상에 단지 심각한 상처만을 줄 뿐이었다. 성직자도 아닌 우리에게 성직자 같은 자세를 감내하기에는 아직도 나는 일개 마음 여린 여자일 뿐이었다. 젊었을 때는 그런대로 볼살의 통통함으로 모든 시선들을 견뎌낼 수는 있었다. 하지만 마흔이 되고, 쉰이 되고 예순이 된다면 어찌 그런 콤플렉스를 팔자라는 이유만으로 감내해야만 하는가? 왜 모든 동화의 마녀는 꼭 주걱턱이어야만 하는가?
자신감 있는 외모는 심성까지도 여유롭고 미소까지도 환해지게 할 수 있으리라. 늘 자라목처럼 움츠리고 살 수는 없었고, 달팽이처럼 숨을 공간을 지고 다닐 수는 없었다. 해서 난 큰 결심을 굳히고 인터넷 써핑을 하였고, 은인한분을 만날 수 있었다. 물론 돈이 오가는 일종의 정당한 거래라 하여도, 선생님과 간호사 분들은 몹시 따뜻하셨다. 여러 수술 후기에서 읽어보았겠지만 대학병원들은 환자의 심적 상태까지는 배려하지 않는다. 어떤 병이던지 대학병원에서는 마치 마루타 취급받는 기분이 들고 심지어 주걱턱은 원숭이 취급받는 느낌이 강했다. 안그래도 상실감으로 고통스러운데 그런 취급까지 받으면 내가 내 돈 내고 이게 무슨 짓인가 싶을 때도 있을거다. 하지만 이곳은 심적 상태까지도 고려해주는 병원임에는 틀림없다. 나는 또한 이곳 분들을 통해서 겸손의 의미까지도 배웠다.
하여튼 어려운 결정에, 어려운 수술에, 짧지 않은 회복의 시간들이 흐른 지금 (수술 후 7개월이 지남) 수술의 만족도는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평생 동안 가슴을 옥죄었던 끈이 풀어졌다는 느낌, 앓던 이 빠진 느낌( 아니 이 말로는 부족하다) 음지에서 양지로 나온 느낌, 마치 동굴 삶에서 빛이 있는 바깥 생활을 한다는 느낌이다.
올 여름은 덕분에 업스타일을 맘껏 하고 있으며, 내 사십 평생 머리핀과, 머리끈을 처음으로 사보았다. 늘 귀신처럼 산발이었던 나의 헤어스타일 트레이드마크는 단정한 묶음머리로 변모할 것이다. 그리고 나의 미소도 밝아질 것이며, 성격도 더욱 밝아지리라 확신하다. 또 다른 내가 아닌, 내면의 내가 당당히 밖으로 표출되리라. 누가 말리겠는가? 여자라는 이름 앞에는 어느 누구도 손가락질 하지 못하리라.
그대! 망설이고 있는가? 수술후기의 어느 타이틀처럼 No pain, No gain 이다. 비록 예쁜 얼굴형을 선천적으로 하나님께 부여받지는 못했지만 스스로 쟁취하자.(?) 비용과 시간과 용기 없음으로 인하여 참았던 세월들이 이젠 안타깝다. 진즉에 나도 이렇게 여성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 기억하라! Time heals all wounds ! 과감히 실행하고 다음은 세월이라는 명의에게 맡기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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